"추리소설 읽는 철학 수업"
추리 소설과 어울리는 단어는 언제나 지성보다는 오락으로 여겨져 왔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을 써낸 작가들은 대중적 인기를 얻을지언정 작품을 통한 사유를 인정받진 못했다. 그러나 평생 추리소설로 철학 해온 저자 백휴는 통념에 단호히 반기를 든다. 인간이 새로운 사유를 통해 우리가 존재하는 관념의 세계를 넓혀 나갈 수밖에 없는 한, 추리 소설 또한 기존의 사유를 전복하거나 보완하는 역할에서 배제될 수 없다고. 그리고 20여 년 간 치열하게 탐구해온 추리 소설의 철학을 이 책에 풀어 놓았다.
에드거 앨런 포, 애거사 크리스티, 레이먼드 챈들러와 같은 전설적인 추리소설 작가부터 류성희, 황세연, 정유정 등 국내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작가까지, 책은 장마다 한 명의 작가와 그의 작품 세계를 철학적으로 분석한다. 작가의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패턴이나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백휴는 참신하고도 치밀한 사유를 이어간다. 주목받지 않았던 주제, 기대되지 않아왔던 두 영역의 만남이라 앞선 연구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 그는 자신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사유를 진전시켜내었다. 추리소설이, 품은 것에 비해 가치를 평가절하 당하는 현실에 억울함을 느껴온 이라면 이 흥미롭고도 전복적인 사유의 장을 해갈하듯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인문 MD 김경영 (2024.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