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4,539,900원, 288권 펀딩 / 목표 금액 1,000,000원
<적당한 실례>로 출간되었습니다. 
  • 2024-02-15에 목표 금액을 달성했습니다.

*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 스토리
  • 구성
  • 알라딘굿즈
  • 유의사항
  • 응원댓글


다정하고 유쾌하게 마음에 틈입하는
천부적인 농담꾼, 양다솔 신작 에세이


무거운 슬픔에서 경쾌한 웃음을 길어 올리는 스탠드업 코미디언‧글쓰기 소상공인 양다솔이 에세이 《적당한 실례》로 돌아왔다. 양다솔은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출간 후 3년 동안 연재 노동자, 글방지기, 메이크업 아티스트, 행사 사회자, 모자 장수 등으로 활약해왔다. 이토록 다재다능한 N잡러가 된 것은 으레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그러하듯, 양다솔 자신이 유일무이한 콘텐츠가 되었기 때문이다.

양다솔은 어떤 일도 관성적으로 하지 않는다. 북토크에서는 독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글방 마감에 늦은 사람에게는 ‘성대모사’라는 유쾌한 벌칙을 내린다. ‘등단도 안 했고 책도 못 냈고 상도 못 받은 그냥 양다솔’이라는 이름으로 연재 구독자를 모집하고, 스스로 만든 무대 위에서 생애 가장 치열한 한 달을 보낸다. 그렇게 성큼 다가와 의뭉스럽게 웃는 양다솔에게, 우리는 마주 웃는 것밖엔 도리가 없다. 잠시 모두가 같은 표정을 짓는 순간에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난다. 이 책은 양다솔이 무릅쓴 실례에서 출발해 무수한 갈래로 뻗어 나간 이야기들을 골라 모은 것이다.

“지금부터 노래를 할게요.”
최선의 마음은 때론 다정한 실례가 된다


첫 책을 낸 양다솔은 전국으로 북토크를 떠나게 된다. ‘할 말은 책에 다 썼는데,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지?’ 고민에 빠진 양다솔은 열심히 준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기로 결심한다. 북토크가 끝나갈 즈음 노래를 시작해 네 번의 음 이탈을 무릅쓰고 두 곡을 열창하자,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노래를 불렀다는 후회가 밀려든다. 그런데 한 독자가 화답한다.
“이렇게 못 부르는데도 두 곡이나 부르시다니, 정말 진심이 느껴져요.”

양다솔은 자신을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늘 최선을 다한다. 강남 8학군에 위치한 남자고등학교에서 ‘글쓰기와 독서의 중요성’ 강연 요청을 받은 양다솔은 일단 수락한 뒤에 깨닫는다. 입시를 앞둔 이과생 400명에게 중요한 것은 결코 글쓰기나 독서가 아님을. 학생들이 집중하지 않더라도 개의치 말라는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초조하게 연단에 오른 양다솔은 말한다. ‘지금까지 잘해왔어. 앞으로 한 걸음도 삐끗하면 안 돼’라고 생각하고 있을 여러분이 모든 길에서 삐끗했을 때 만날 사람이 바로 나이며, 어딜 가나 시선을 사는 별난 사람이었다고. 다행히 나보다 이상한 작가들이 있어 그들에게 힘입어 글을 쓸 수 있었다고. 그때 양다솔은 이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있음을 깨닫는다.

“나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었던, 나의 가장 이상한 점을 세 줄만 써주세요. 아직 깨어 있다면, 5분 동안 아무거나 써 주세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아무도 쓰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쓰이지 않아도 이야기는 시작되고 있을 것이었다.” _본문에서

5분이 지나자 이상함이 하나둘 도착한다. 그것은 고백이나 자랑, 때로는 시이거나 존재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아무도 세 줄만 쓴 사람은 없다. 이상함이 도착할 때마다 학생들은 웅성거리며 웃음을 터뜨린다. 어느새 모두가 자신의, 우리의 이상함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양다솔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아무도 원하지 않는, 예상치 못한 것을 주곤 한다. 용기를 내어 무릅쓴 실례로 전할 수 있는 진심과 그것에서만 태어나는 공감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때로 실례는 새로운 마음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준다.

“어제의 울 일은 오늘의 웃을 일이 된다”
슬픔으로 심어져 웃음과 용기를 틔워내는 이야기들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한 골목길, 초등학생 여자애가 떨리는 목소리로 양다솔에게 말을 건다. “저기요, 언니.” 아이가 가리킨 곳에는 노상방뇨를 하는 아저씨가 있다. 양다솔은 냅다 소리친다. “야 이 미친 새끼야, 너 뒤지고 싶냐?” 양다솔은 아이를 무사히 떠나보내고 고주망태의 남자를 경찰에 인계한다. 그러고 나서야 언제 폭력적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남성 앞에서 자신이 두려웠음을 깨닫고 과거에 겪었던 끔찍한 경험들을 떠올린다.

화가 나고 슬픈 그 순간에 양다솔은 농담을 짓는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만드는 동료들을 앞에 두고, 실패하고, 또 실패하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분노와 슬픔을 오롯이 마주한 끝에 기어이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함께 웃으면서 슬픔과 분노에서 한 발 걸어 나와 마음의 모양을 온전히 바라볼 힘을 얻는다. 삶을 살아내는 힘은 울음보다 웃음에서 온다고 믿는 양다솔은, 상처가 마음에 깊이 뿌리내리기 전에 웃음을 틔워내려 한다.

양다솔은 무례와 무해 사이의 적당한 실례를 섬세하게 살피고, 감정을 눙치지 않으면서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농담을 발명한다. 편견을 뒤집어 우습게 만들며 사랑을 전제로 한 농담을 짓는다. 종이, 펜, 사랑만 있다면, 양다솔은 스스로 무대를 열어 까불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순과 나는 푸하하하 웃어버린다. 그것은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중요한 발견을 했거나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나는 그저 허무맹랑한 걸 말하기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삶의 대부분은 알 수 없고, 우리는 그것들에 대해 떠들면서 나아갈 뿐이니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 우리의 시간이 영원처럼 흘러갔고, 그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는 사실이니까. _본문에서

차례

1부 기지개 켜기
01 이 세상의 웃긴 비건
02 생활 다도인
03 비과학적인 연결
04 친구에 대해 쓰지 않으며 친구에 대해 쓰기
05 초보 복서
06 위대한 김 여사의 지붕
07 잠이 오지 않는 직업
08 정말 이상하네요
09 휴가라고 불러볼까
10 소공녀 뷰티랩

2부 물구나무 서기
01 글과 이름들
02 세 여자의 설
03 평온무사
04 회사원 Z의 아침
05 <이 정도로> 사건
06 쓰기만 하소서
07 지속가능한 휴가
08 약속 시간은 오후 한 시
09 인천 기행
10 식탁 앞의 외계인
11 태양에 대한 통화기록

3부 소리 치기
01 얼굴과 이야기
02 우리들의 fasting season
03 화장대의 200달러와 아메리칸 드림
04 반알고리즘적 인간
05 슬픔의 정수리
06 고양이라도 된 기분
07 저 비건 아닌데요
08 소리를 찾아서(상)
09 소리를 찾아서(하)
10 성대모사를 하는 글방
11 수상한 여자

4부 간지럼 태우기
01 살려고 한 농담
02 모자 장수
03 나와 섹시댄스를 추고 싶어(상)
04 나와 섹시댄스를 추고 싶어(하)
05 모임
06 첫 직장은 시민단체
07 윈터 원더랜드; 더 워터리스 월드
08 농담의 빛과 그림자
09 밤을 넘어서
10 지금부터 노래를 할게요
11 내가 사는 곳을 지키는 것

책 속에서

나는 말했다. 지금부터 다섯 번만 다시 말해보자. 그럼 조금 웃겨질 거야. 무엇이든 다섯 번 정도 죽었다 깨어나면 조금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슬프게 말해져야 하는 슬픔도 있다. 오롯이 그래야만 하는 것들도 있다. 그렇지만 어떤 것들은 슬픔으로 심어졌어도, 조금 다른 것으로 틔워냈으면 했다. 나는 친구들과 관객들에게서 터져 나온 몇 발의 웃음으로 인해 충만해졌다. 진짜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했다. 잘 들으세요. 그리고 조금 산뜻해졌다. 어떤 어려운 마음의 둘레를 한 바퀴 돌고 온 것처럼 나는 무대 위에 서 있었다.
_〈살려고 한 농담〉

가끔 노인과 대화를 하다 보면 깨닫는 사실이 있다. 이 이야기를 열 번 정도 더 들은 적이 있다는 것. 그러나 여전히 노인의 얼굴은 생생하기만 하다. 영화처럼, 돌림노래처럼 정해진 레퍼토리와 멜로디가 반복되는 동안, 나는 훗날 내가 어떤 이야기를 돌려 부르게 될까 상상해보고는 했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과거는 지나가는 것일 뿐이고, 어떤 것이 특별히 크거나 작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시기를 그토록 강렬하게 느끼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_〈태양에 대한 통화 기록〉

그러면서도 나는 씩씩하게 걷고 싶을 때마다 비욘세와 니키 미나즈의 ‘필링 마이 셀프(feeling my self)’를 들었다. 박재범의 ‘몸매’ 를 들으며 어깨를 들썩거렸고 울적할 때면 카디 비의 ‘WAP’를 들었다. 걸음걸이가 이상해졌고 묘하게 힘이 났으며 신이 났다. 기막히게 웃긴 코미디언에게서, 단단한 일직선의 다리로 아이스링크를 가로지르는 피겨 스케이터에게서, 얇은 입술을 가만히 다문 여성 장관에게서, 머리카락을 싹 올려묶고 힘찬 기합으로 공을 튀겨내는 배구선수로부터 자꾸만 그것을 발견했다. 입술을 조금 벌린 채 그들을 바라보게 됐다. 섹시가 위대함과 멀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됐다. 그것이 청과 홍처럼 구분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눈빛에 누군가의 손짓에, 목소리에, 말에, 생각에 어려 있을 수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을 웃게 하는 것보다 웃지 못하게 하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됐다. 부드러운 손으로 입막음을 당한 듯, 잠자코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열망하게 됐다.
_〈너와 섹시댄스를 추고 싶어(하)〉

그 순간 그 강단 앞에서, 글쓰기와 독서가 전혀 중요하지 않을 400명의 학생 앞에서, 비로소 내가 하고 싶은 강연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됐다. 그리고 말했다.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모범적이고 아름다운 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제 삶과 마찬가지로요. 저는 배움이나 교훈을 읽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 것이 글이라면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아주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한 글들이 저를 쓰도록 떠밀었습니다. 아주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었던, 나의 가장 이상한 점을 세 줄만 써주세요. 아직 깨어 있다면, 5분 동안 아무거나 써 주세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아무도 쓰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쓰이지 않아도 이야기는 시작되고 있을 것이었다.
_〈정말 이상하네요〉

내 삶의 모든 것이 복싱장보다 복잡하고, 막막하고, 무거웠다. 하루종일 고장난 것처럼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삼 시 세끼를 과하게 챙겨먹고 똥만 싸면서 글 쓰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에 미친 듯이 열을 올리는 내 모습은 안쓰럽다 못해 참담했다. 수치스러운 기분에 쉽게 잠이 오지 않았고 온갖 망상에 시달리다보면 동이 텄다. 무능하고 쓸모없고 의미없는 하루가 또 한번 반복됐다.나는 복싱을 못했고 줄넘기도 못 했지만 다른 건 더 못했다. 나는 생각했다. 차라리 복싱장에 가겠어. 차라리 복싱을 못하겠어. 마치 떠내려가듯 복싱장 앞에 섰다. 세상에는 내 마음처럼 되는 일이 거의 한 가지도 없었다. 심지어는 내 몸뚱아리조차도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는 법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도 두 주먹을 움켜쥐고 선 거울 속의 나는 엉성하고 빈약했다. 약해빠졌다. 툭 하고 건드리면 쓰러질 것 같았다. 관장은 말했다. "이렇게 하면 안 되죠." 내 팔을 바로잡았고, 턱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말했다. "제 말 들었어요?"
_〈초보 복서〉

나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은 엄마한테 화가 났다. 무언가를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엄마의 방식에 싫증이 났다. 엄마는 말했다. 그럼 나보고 뭘 어쨌어야 한다는 거니, 나는 내가 아는 대로 너에게 알려줄 뿐이야. 어떤 사람이 될지는 네가 생각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고속도로를 혼자 달리는 것은 기묘한 느낌이었다. 그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진공상태 안에 있는 것에 가까웠다. 계기판에 서서히 올라가는 숫자가 무색하게 느껴졌다. 빠르게 움직이기는커녕 멈춰서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깜깜한 방에 갇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새벽을 달려 누군가를 보러 간다면 그건 무슨 일이 돼야 할까 궁금해졌다. 지금 이 도로를 달리는 사람이 있다면 어딜 가는 걸까. 창문을 조금 열어 밤바람을 들였다. 멀리서 움직이는 빛이 보이면 그게 그렇게 반가웠다.
_〈밤을 넘어서〉

가장 차가운 탕에는 아무도 없다. 누군가 있다면 그것은 참된 의미의 냉탕이 아니다. 대부분 발끝만 슬쩍 담궈보고 뜻을 거둔다. 용기가 있거나 용무가 있는 자만이 그곳에 간다. 나는 둘 다에 해당된다. 냉탕에 들어가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목적을 향해 거침없이 걸어간다. 주변의 시선을 느낀다. 들어간다. 참는다. 이때 주저할 시간 없이 순식간에 퐁당 소리를 내며 입수하면 좋다. 엄두가 안 나는 세상일의 대부분이 그렇듯 얼렁뚱땅 시작해버리는 것이다. 매번 새롭게 차갑다. 온몸에 닭살이 돋는다. 그 짜릿함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마치 추운 겨울의 한복판에 발가벗고 서있는 기분이다. 가끔 오기가 생기는 날은 정수리 끝까지 몸을 푹 담군다. 그때의 느낌은 뭐랄까, 절절하다. 아흔 살 할머니가 부르는 민요처럼 온 몸이 굽이굽이 진동한다. 마음이 얼고, 머리는 멈춘다. 몸과 마음이 가던 길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본다.
_〈슬픔은 두둥실〉

그는 웅크리고 있었다. 가만히 누워 길고 느린 꿈을 꾸고 있었다. 나에게 그것만큼 두려운 일은 없었다. 가난한 자가 움직이지 않는 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 가난한 사람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버스를 세 번이 아니라 다섯 번 여섯 번 갈아타야 한다고 할지라도 가야만 한다. 가난은 움직이지 않는 자를 보살피지 않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움직여 자신을 책임지고, 살기 위해 기꺼이 지금을 숫자로 환산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쉬라고 말할 수 없다. 쉬지 말라고도 할 수 없다. 살아 있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고, 그리고 살아 있기 위해 쉬어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를 깨울 수 없다. 그저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했다. 새로 태어날 수 있을 정도로 깊이 잠든 그가, 그 긴 잠에서 깨어나 나른한 기지개를 켤 때까지.
_〈화장대의 200달러와 아메리칸 드림〉

바야흐로 좋아하는 것만 보고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이제 나와 다른 존재를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 알고리즘은 입안의 혀처럼 내가 원하는 것을 알려준다. ‘말하지 않아도’ 나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더 잘 파악한다. 기분 나쁘고, 다르고, 불편한, ‘보기 싫은’ 것들은 손가락으로 ‘관심 없음’, ‘싫어요’를 누르는 것으로 쉽게 치울 수 있다. 시선은 초 단위로 나뉘어 기록되고, 클릭 몇번은 다음을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결정할 것은 점점 더 줄어든다. 하나의 거대하고 확고한 선호를 만든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와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는 충돌과 불편함, 갈등은 사라진다. 그러다 나와 완전히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문득 말문이 막힌다.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평소에 당연하게 생각해온 신념, 사용해온 언어들을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타인이 이 세상에 가득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럼 어디서부터 말하기 시작해야 할까.
_〈반알고리즘적 인간〉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기 가장 쉬운 방법을 알고 있다. 만나자마자 "비건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상대의 얼굴에 작은 폭탄이 터지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비건이 뭔지 모른다고? 이때 "모르면 검색창에 쳐보시죠." 같은 말을 했다가는 풀떼기만 먹어서 신경질적이라는 소리를 듣기 딱 좋으니 유난히 상냥하게 말해야 한다. "고기, 해산물, 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 일체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입니다." 그때부터는 신나게 헛발질을 하는 상대를 구경하면 된다(특권이다). 대부분의 경우 어떡하냐면서 갑자기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알겠지만 나한테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 경우, 그냥 고기를 먹는 착한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또 많은 경우 느닷없이 자신이 왜 고기를 먹는지 구구절절 설명하기 시작한다. "고기 없이 어떻게 살아요." "맛있는 걸 어떡해요…" "저는 고기가 좋아요!(안 물어봤다)" 그렇다. 사람들은 비건을 어려워한다. 정확히는 불편해한다. 어떻게 잘 지낼 수 있는지 모른다. 눈빛이 흔들리고, 말을 가다듬는다. "저는 게이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저는 여자를 좋아해요, 미안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완벽히 동문서답이다. 한 사람의 식습관이나 성적 취향이 서로에게 전혀 상관이 없는 일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저는 양다솔입니다."라고 했을 때 "저는 양다솔이 아닙니다,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완벽히 틀린 답이듯이 말이다. 어떤 이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전 세계 비건 대표로 만들어버린다. 세상 진지한 얼굴을 하고 동물권부터 기후변화, 환경, 공장식 축산, 페미니즘, 채식이 가진 모순점, 공격적 시위 그리고 플랜테이션까지 온갖 카테고리에서 무작위적 질의를 던진다. 나는 어떤 문제 제기에도 당황하지 않고 과학적이고 빈틈없고 설득력 있는 논지를 펼치는 대신 "그냥 제가 먹는 건데요." 하고 웃는다.
_〈저 비건 아닌데요〉

“이를테면 10년 동안 해야 할 일을 1년 동안 한 사람은 폭삭 늙어버리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반대로 1년 동안 할 일을 10년 동안 하는 거야.” “그럼 우리는 영원히 늙지 않겠네.”
이순과 나는 푸하하하 웃어버린다. 그것은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중요한 발견을 했거나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나는 그저 허무맹랑한 걸 말하기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삶의 대부분은 알 수 없고, 우리는 그것들에 대해 떠들면서 나아갈 뿐이니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 우리의 시간이 영원처럼 흘러갔고, 그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는 사실이니까.
_〈비과학적인 연결〉

저자 소개

양다솔
글쓰기 소상공인, 스탠드업 코미디언. 웃기와 웃기기를 두루 좋아한다. 충북과 서울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수필집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출간하며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해 《아무튼, 친구》 《절멸》(공저)을 썼다. 종종 메일링 프로젝트 ‘격일간 다솔’을 발행하고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를 만든다. 글쓰기 공동체 ’까불이 글방‘의 글방지기이며, 팟캐스트 <조용한 생활>에서 ’싯티드 코디미쇼‘ <농담하는 입장>을 진행하고 있다.

책 소개


도서 정보



도서명: <적당한 실례>

-- 분류: 에세이 > 한국에세이
-- 저자: 양다솔
-- 펴낸곳: 은행나무
-- 상세 서지정보: 300쪽 / 판형 135*205mm / 무선
-- 출간일: 2024년 3월 8일 예정
-- 정가: 17,000원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등은 최종 제작 시 변경될 수 있습니다.

상품구성 상세 보러가기 >

1) 15,800원 펀딩
- <적당한 실례> 1부
- 양다솔 스탠드업 코미디 대본집
- 친필 사인본 (수량 한정)
- 투자자명 엽서 기재 후 삽지

2) 15,300원 펀딩
- <적당한 실례> 1부
- 친필 사인본 (수량 한정)
- 투자자명 엽서 기재 후 삽지

알라딘 굿즈 상세 보러가기 >

양다솔 스탠드업 코미디 대본집 (선착순 한정)



※ 알라딘 북펀드 굿즈가 포함된 구성에 펀딩하셔야 받을 수 있습니다.



상품구성

1.  15,300원 펀딩
  • <적당한 실례> 도서 1부
  • 양다솔 스탠드업 코미디 대본집
  • 저자 친필 사인본 (수량 한정)
  • 투자자명 기재 엽서 삽지
  • 펀딩 달성 단계별 추가 마일리지 적립
2.  15,300원 펀딩
  • <적당한 실례> 도서 1부
  • 저자 친필 사인본 (수량 한정)
  • 투자자명 기재 엽서 삽지
  • 펀딩 달성 단계별 추가 마일리지 적립

펀딩 달성 단계별 추가 마일리지

  • 4,000,000원 이상 펀딩
    달성

    펀딩금액의 4% 추가 마일리지 적립
  • 3,000,000원 이상 펀딩
    펀딩한 금액의 3% 추가 마일리지 적립
  • 2,000,000원 이상 펀딩
    펀딩한 금액의 2% 추가 마일리지 적립
  • 1,000,000원 이상 펀딩
    펀딩한 금액의 1% 추가 마일리지 적립
※ 추가 마일리지는 도서 출고일 기준 3주 이내에 100자평을 작성하신 분께만 적립되며,
펀딩(투자)하신 금액에 비례해서 적립됩니다. (출고 시 이메일 및 문자 안내가 발송됩니다.)


양다솔 스탠드업 코미디 대본집 (선착순 한정)



※ 알라딘 북펀드 굿즈가 포함된 구성에 펀딩하셔야 받을 수 있습니다.



  • 도서가 포함된 상품에 펀딩하신 고객님께는 도서가 출간되는 즉시 배송해드립니다.
  • 알라딘 굿즈는 도서가 배송될 때 함께 보내드립니다.
  • 1권 1쇄 또는 2쇄, 부록이나 책갈피 등에 표기되는 후원자명 표기 여부 및 표기를 원하시는 후원자명은 펀딩 단계에서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제작사의 사정으로 출간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 목표 금액이 달성되지 않으면 펀딩이 취소되고 모두 환불됩니다. 환불 시점은 펀딩 종료일로부터 2주 후입니다.
  • 펀딩 달성 단계별 추가 마일리지는 책 출고일 기준 3주 후 일괄 지급되며 기간 내에 100자평을 작성하신 분께만 적립됩니다. (출고 시 메일 및 문자로 안내되는 내용을 참고해 주세요.)
  • 추가 마일리지는 펀딩(투자)하신 금액에 비례해서 적립됩니다.
  • 펀딩하신 상품을 취소/반품하시면 지급된 추가 마일리지도 회수됩니다.
해당 펀드와 무관하거나 응원댓글 성격에 맞지 않는 댓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Comment_page